밑에서 퍼왔습니다
허생은 성수동에 살았다. 곧장 중량천 밑에 닿으면, 뚝섬역을 지나 헤이그라운드 건물이 서 있고, 서울숲을 향하여 허름한 오피스텔이 있었는데, 주변 공장의 소음과 먼지를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테크크런치 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회사 외주 개발 일을 받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누가 강남에서 제일 부자요?”
손씨(孫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손씨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허생은 손씨를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Series A로 100억을 투자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100억을 카뱅으로 송금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손씨 회사의 심사역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유행 지난 롱패딩에서는 튿어진 구멍사이로 깃털들이 너덜너덜하고, 액정 깨진 아이폰 5를 쓰고 있었으며,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허생은 100억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판교로 내려갔다. 판교는 서울과 경기도 창업자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테크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풀스택 개발자며, 디자이너 및 QA 엔지니어를 모두 두배의 연봉으로 불러들였다. 허생이 판교 인력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모바일 앱 버그를 못 잡는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엔지니어를 내주었던 카카오 같은 회사들이 도리어 열배의 값을 주고 그들을 재고용 하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00억으로 온갖 인력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일단 여기서 100억이라고 하는게 실제 IT업계 연봉을 고려하면 많아야 300명 판교 인력을 몽땅 쓸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문학적인 맥락으로 허용해주자....
이 글을 작성한 2019년의 투자자 조차도 기획자를 빠뜨렸다....해외에서 활동하시던 분이라서 기획자라는 직무에 관심이 없던 것일까??? 디자이너(=DESIGNER)에 기획자가 포함되어 있던 것일까??? 그렇게 치기에는 한국에 투자한 기업이 너무 많고 필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획자라는 포지션에 무관심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스타트업에서는 대표가 기획자인 경우가 많고 기획 업무를 쉽게 보는 대표(사장님)들이 많다. 나도 그랬었다. 1)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제대로된 기획자가 없어서 기획을 본인들이 해야만 하고 기획을 배우려고 한다는 디자이너들도 자주 보인다. 2) 기획자 커뮤니티에서도 기획 배우러 들어왔다는 디자이너들이 종종 보인다.... 이들은 투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문 기획자, 직업 기획자가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개발자 구해달라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정말로 개발자는 부족한가??? 내가 채용을 담당해서 로켓펀치에서 모집글을 썼을 때 상대적으로 개발자는 많이 지원해서 몇 명을 구했고 디자이너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대표님 지인을 통해서 겨우겨우 구했었지..... 거기에 내가 친개발자 성향의 기획자였는지 모르겠지만 타직군에 비해서 개발자와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IT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내가 IT사이드프로젝트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IT업계 인력 구조와 스타트업의 구인의 관계에 대해서 기이함을 느끼게 되었다. 국비학원에서 양산되는 개발자들과 중급이 없는 기획자들......
• 컴퓨터시스템 분석가 : 시스템 분석 및 설계, 네트워크 아키텍트
• SW개발자 : 시스템SW 개발, 응용SW 개발, 테스팅/품질관리
• 웹 전문가 : 웹개발, 웹/앱 UI/UX 디자인
• 정보 시스템 운영 및 지원 : 정보시스템 관리, 네트워크 운영지원, 웹 운영, 사용자 지원
• 데이터 전문가 : 데이터설계 및 프로그래머,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베이스 관리
여기서도 기획자에 대한 정의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웹 전문가 안에서 UI/UX 디자인의 나머지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기획자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벤처 허생전에서 개발자, 디자이너가 아니라
위의 통계자료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모두 구했다.
연도별 전체평균 (단위: 천 명) |
|
3년 미만 |
23.63 |
3년~5년 미만 |
41.85 |
5년~10년 미만 |
13.54 |
10년~15년 미만 |
7.28 |
15년 이상 |
MAX5.84 |
소프트웨어 전체 |
287.9 |
오른쪽에 있는 그래프는 왼쪽의 그래프를 기반으로 기울기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모델링한 가상 그래프이다.
가상 그래프이지만 실재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빠르면3년차 늦어도 5년차에는 다른 분야로 빠진다는 것이다. 이게 SW산업의 실태와 가장 근접 할 것이다. IT산업 이대로는 안 되고 시장의 파이가 충분히 커져야 하고 보상체계 및 근무환경의 리뉴얼이 둘 다 필요하다. 그 전 까지 모든 IT산업 종사자들 응원하라는 말 밖에 해줄 것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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